'괴물 피지컬' 김영범, 아시아 수영을 삼켰다
한국 수영 단거리 역사는 오랫동안 서구 대륙의 거대한 피지컬 장벽 앞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술과 피나는 훈련으로 격차를 좁혀왔지만, 순간 폭발력과 마지막 터치 한 끗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단거리 매치에서 신체 조건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마침내 이 공식에 균열을 일으킨 독보적 규격의 유망주가 등장했다. 2006년생 신예 김영범(20·강원도청)이 그 주인공이다.195cm의 압도적 키에 양팔을 벌린 길이(윙스팬)만 216cm. 키보다 팔 길이가 21.0cm나 더 긴 체형은 세계 최고 수준의 단거리 스프린터들과 비교해도 하드웨어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 한 번의 스트로크마다 잡아채는 물의 양이 다른 데다, 100분의 1초 싸움이 펼쳐지는 결승선 터치 패드 작업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선점하게 해주는 특급 무기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이 '괴물 피지컬'의 잠재력은 지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화려한 실체로 증명됐다.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펼쳐진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김영범은 21초 66이라는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며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열린 예선(21초 71)에서 이미 대회 기록을 갈아치운 뒤, 하루 만에 다시 0.05초를 더 단축하는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선보인 결과다.
이번 대회에서 김영범이 남긴 발자취는 비단 50m 금메달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자유형 100m 결선에서는 현역 세계 최고 스프린터로 꼽히는 판잔러(중국)와 레이스 내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인 끝에, 불과 0.04초 차이로 은메달(47초 65)을 획득했다. 여기에 계영 800m 동메달까지 합쳐 이번 대회에서만 총 3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명실상부한 대표팀의 핵심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 개인전 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아쉬움을 완벽하게 씻어낸 순간이다.

김영범의 강점은 뛰어난 신체 조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큰 무대일수록 기량이 만개하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대범한 배짱은 그를 더욱 가공할 선수로 만든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거침없이 목표를 "금메달"이라 밝히며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치는 자신감은 레이스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동력이 된다.
스무 살의 나이에 아시안게임 챔피언에 오르며 '아시아 최정상'이라는 과제를 완수한 김영범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다. 기술적 완성도와 경기 경험이 더해진다면 2년 뒤 다가올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유수의 스프린터들과 대등하게 맞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 수영의 오랜 숙원이던 '세계 대회 단거리 포디움'을 향해, '피지컬 괴물' 김영범의 거침없는 레이스가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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