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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 '쿠키'들이 뛰어다닌다? 고종의 '이루지 못한 꿈' 찾아 나선 용감한 쿠키
대한제국의 사라진 국가유산을 인기 게임 '쿠키런'의 세계관과 접목한 이색적인 전시가 덕수궁 돈덕전에서 막을 올린다. 국가유산청과 국내 게임사 데브시스터즈는 제2회 국가유산의 날을 기념해, 오는 9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특별전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국가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새로운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약 250평 규모에 달하는 덕수궁 돈덕전의 1층과 2층 전관이 최초로 일반에 개방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며, '쿠키런'의 대표 캐릭터인 '용감한 쿠키'와 친구들이 비운의 황제 고종이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 나서는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로 꾸며진다. 관람객들은 돈덕전 2층에서 대한제국의 선포 과정과 '경운궁중건도감의궤' 등 궁궐 관련 유물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일제강점기에 훼손되기 이전 황제가 꿈꿨던 웅장한 황궁의 모습을 쿠키런 캐릭터와 함께 복원한 상상화 '덕수궁, 다시 피어난 황제의 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대한제국의 근대 외교 정비를 엿볼 수 있는 '구한국훈장도'와 대한제국 선포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칭경예식'을 병풍으로 재해석한 상상화도 만나볼 수 있다.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돈덕전 1층 전체 벽면을 가득 채운 27미터 길이의 거대한 LED 패널이다. '꺼지지 않을 희망의 빛'이라는 이름의 이 미디어 월은 근대화를 통해 부국강병을 꿈꿨던 대한제국의 이상향을 오늘날 서울의 모습, 그리고 그 속을 누비는 쿠키런 캐릭터들과 함께 어우러지게 표현하여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더불어 올해의 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충북 보은 속리 정이품송'과 명승 '순천만' 등 아름다운 자연유산의 모습을 담은 미디어아트 '정이품송, 시간을 품다'도 함께 상영되어 우리 유산의 다채로운 매력을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다.전시의 대미는 마지막 5부에서 단독 공간에 연출된 '대한국새' 복원품이 장식한다. 1897년 제작된 대한제국의 대표 국새인 대한국새는 일제에 반출되었다가 반환되었으나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종되어 현재 실물이 남아있지 않다. 이번에 전시되는 복원품은 '보인부신총수' 등 역사 기록에 근거해 국가무형유산 옥장 김영희 보유자가 장인의 손길로 되살려낸 것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귀중한 작품이다. 이 밖에도 전시의 감동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한국 전통 문화의 감각을 녹여낸 다양한 '쿠키런' 굿즈가 덕수궁 기프트샵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되어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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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올해 마지막 기회…롯데콘서트홀이 작정하고 만든 '엔젤 오르간' 공연
연말의 설렘을 가득 담은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한 선율이 롯데콘서트홀을 가득 채운다. 롯데콘서트홀은 간판 오르간 시리즈인 <오르간 오딧세이>의 2025년 마지막 공연을 오는 17일 오전 11시 30분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악기의 제왕'이라 불리는 파이프 오르간은 섬세하고 여린 피아니시모부터 온몸을 울리는 장엄한 포르티시모까지, 단 하나의 악기라고는 믿기 힘든 폭넓은 음향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올해의 마지막 여정은 '엔젤 오르간'이라는 테마 아래, 천상의 소리를 구현하는 오르간의 신비로운 음색에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의 맑고 순수한 목소리가 더해져 그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구성되었다. 공연의 서막은 비쉬의 '크리스마스 환상곡'이 화려하게 열고, 이어지는 랑글레의 '탄생'은 오르간 특유의 경건하고 웅장한 울림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을 성탄의 분위기 속으로 이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과의 협연 무대다. 뮤지컬 <애니>의 대표적인 희망의 노래 '투모로우(Tomorrow)'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명곡 '도레미송', 그리고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 캐럴 메들리까지, 친숙하면서도 감동적인 곡들이 오르간의 풍성한 사운드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따뜻함과 설렘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이 특별한 무대를 이끌어 갈 연주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오르간 연주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와 레겐스부르크 교회음악대학교에서 전문성을 갈고닦은 오르가니스트 최수영이 맡는다. 그녀는 이탈리아 다니엘 헤르츠 국제 콩쿠르 1위, 미국 조던 국제 콩쿠르 2위 등 권위 있는 해외 콩쿠르를 석권하며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오르간 오딧세이>의 해설을 맡아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경민이 콘서트 가이드로 나선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젊은 클래식 애호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오르간 음악의 매력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예정이다.<오르간 오딧세이>는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파이프 오르간의 진면목을 대중에게 소개하며 롯데콘서트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세계적인 기량의 오르가니스트가 연주하는 정통 오르간 곡의 정수와 더불어, 어린이들의 순수한 목소리로 재탄생하는 익숙한 명곡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장엄한 오르간 선율과 천사 같은 아이들의 합창이 어우러지는 이번 공연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족, 친구, 연인 모두에게 따뜻하고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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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장애인 작품이라고?"…강릉시청 뒤집어 놓은 '프로급' 전시회의 정체
장애라는 사회적 편견과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예술가들의 특별한 작품 전시회가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다. 강릉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강릉시청 1층 로비에서 '2025 강원형일자리 참여자 작품전시회'를 개최하고, 중증·최중증 장애인 예술가들의 창작 성과를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기반이 된 '강원형 일자리 사업'은 기존의 장애인 일자리 지원 사업에조차 참여하기 어려웠던 최중증 장애인들에게 맞춤형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도적인 모델이다. 단순한 고용을 넘어, 이들의 실질적인 자립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참여할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들이 지난 1년간 예술 창작 활동에 매진하며 빚어낸 땀과 열정의 결실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다. 캔버스 위를 채운 다채로운 회화 작품부터,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일러스트, 정교한 손길로 완성된 공예 작품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창작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의 작품이 단순한 전시용에 그치지 않고, 예술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실질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일부 작품들은 브로치, 키링, 에코백, 미니 달력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굿즈'로 재탄생하여, 예술이 삶 속으로 들어오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올해 강원형 일자리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KT&G 상상마당이 주관하는 전국 단위의 장애예술인 지원 프로그램 '오버더레인보우'에서 강원권 대표 작가 4명 중 2명이 바로 이번 사업 참여자 중에서 배출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오버더레인보우'는 서울·경기, 경상, 강원 3개 권역에서 총 12명의 유망한 장애예술인을 발굴하여 전문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공신력 있는 프로젝트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처럼 권위 있는 프로그램에 지역의 사업 참여자들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이들의 예술적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전국적인 수준임을 입증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앞으로 전문 작가의 멘토링을 받으며 창작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정식 작가로 데뷔하는 꿈을 향한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게 된다.강릉시청 로비에 마련된 전시 공간은 △강원형일자리 참여자들의 협업으로 완성된 공동작품 메인존 △작품을 기반으로 제작된 굿즈 전시존 △'오버더레인보우' 선정 작가 2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존 등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참여자들의 다채로운 창작 세계는 물론, 이들이 예술가로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 전반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최상윤 강릉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이번 성과는 지역 장애예술인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뜻깊은 결과"라며, "전시를 계기로 장애인의 사회 참여 기회와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나열을 넘어, 장애라는 벽을 허물고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희망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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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극장에서 뭘 봐' 조롱 딛고… '뽀로로 엄마'의 10번째 뽀로로 극장판 출격

'뽀로로 엄마'로 불리는 우지희 오콘 대표의 시선은 22년간 지켜온 '국민 애니메이션'의 왕좌를 넘어, 더 넓은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다. 성공적인 20주년을 넘긴 것에 안주하지 않고 미국의 '픽사'나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와 같은 글로벌 스튜디오와의 경쟁을 꿈꾸는 것이다. 그 야심 찬 포부와 함께, 오는 11일 뽀로로와 친구들은 열 번째 극장판 '스위트캐슬 대모험'으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위기에 빠진 디저트 왕국과 크리스마스를 구하기 위한 이번 모험은, 지난 2004년 VHS 테이프로 출시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크리스마스 대모험'의 추억까지 소환하며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가 될 전망이다.뽀로로의 극장판 역사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의 기록이었다. 2013년 첫 극장판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3~4살짜리 아이들이 어떻게 한 시간 넘게 극장에 앉아있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했다. 제작사 내부에서조차 반신반의했지만, 당시 5살이던 우 대표의 아이가 꼼짝 않고 스크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본 순간 그는 확신을 얻었다. 그렇게 '영유아를 위한 극장용 영화'라는 새로운 문화를 개척한 뽀로로는 TV판 1, 2기 제작 이후 저작권 소송이라는 성장통을 겪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얼어붙는 위기를 맞는 등 숱한 고비를 넘겨왔다. 그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변치 않는 사랑으로 극장을 찾아준 어린이 관객들의 존재였다.뽀로로 극장판이 10편의 시리즈를 이어오며 단순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넘어 '웰메이드 작품'으로 평가받는 데는 우 대표의 확고한 제작 철학이 깔려있다. 그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교훈을 줘야 한다는 강박보다, 영화의 본질인 '재미'를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눈요정 마을, 컴퓨터 왕국, 공룡섬 등 매번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이유도 관객에게 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기 위함이다. 특히 아동용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의 눈높이까지 만족시킬 만한 높은 기술력과 실감 나는 연출을 고집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부모의 지갑을 열고 더 나아가 해외 바이어들의 눈까지 사로잡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다. '우리 아이의 첫 영화'라는 타이틀을 한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획득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이제 오콘은 '뽀로로'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넘어 더 과감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귀멸의 칼날', '주토피아2' 등이 흥행하며 애니메이션 소비층이 성인으로 확장되는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우 대표는 "극장판을 10년간 만들며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인 버전을 시도해 볼 때가 됐다"며, 현재 서울과 경기도의 실제 모습을 고증하여 담아낸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준의 깊이감과 기술력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오콘이 '뽀로로 제작사'를 넘어 미국의 '픽사'나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스튜디오로 나아가기 위한 야심 찬 출사표다. 22살 뽀로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을 향한 '뽀로로 엄마'의 도전은 이제 막 새로운 막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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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글을 쓰다니!"…거장 황석영도 놀라게 한 '나무 할매' 이야기

거장 황석영 작가(82)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또 다른 '문젯거리'를 만났다고 고백하며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할매』를 들고 돌아왔다. 조용한 말년을 보내며 글을 쓰기 위해 찾았던 군산에서, 그는 우연히 문정현·문규현 신부 형제를 만났다. 300년 된 팽나무를 지키기 위한 문정현 신부의 마지막 사투와 새만금 방조제에 맞서는 문규현 신부의 환경 운동은 처음엔 무심히 넘겼던 그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형제와의 대화와 갯벌을 거닐며 "이 문제들이 보통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는 황 작가는, 이를 계기로 인간 문명이 지구에 가하는 거대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그렇게 탄생한 소설 『할매』는 파격적이게도 인간이 아닌, 600년을 살아온 팽나무 '할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소설은 팽나무의 씨앗을 품은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숲에 내려앉는 장면으로 시작해, 무려 50페이지에 걸쳐 단 한 명의 인간도 등장시키지 않은 채 자연의 시간을 묘사한다. 작가 스스로도 "사람이 없는 서사를 쓰는 것이 처음이라 어색하고 힘들었다"고 토로할 만큼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작가인 나도 내 서사에 빠져들었다. 내가 이런 글을 써내는구나 하는 기쁨과 놀라움을 경험했다"며, 이는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쓰며 느꼈을 자연과의 교감에 비견될 만한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시도는 전작 『철도원 삼대』를 집필하며 불경과 시집을 읽고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관계'에 대해 깊이 사유한 결과물이다.소설 속 팽나무 '할매'는 조선 건국 초기인 1400년대에 뿌리를 내려 마을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고,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인간 세상의 온갖 비극을 묵묵히 지켜본다. 인간사의 아픔은 나이테처럼 팽나무의 몸에 짙은 기억으로 새겨진다. 시간은 흘러 1990년대와 2000년대, 새만금 간척사업과 미군 기지 확장이라는 거대한 개발의 광풍이 마을을 휩쓸 때, 소설은 다시 한번 팽나무의 시선으로 그 현장을 담아낸다. 황 작가는 이 작품이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그는 "세상만사는 관계의 순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소설 속 여러 서사는 단순한 역사의 나열이 아니라 관계의 순환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업(業)의 이전(移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최근 82세의 나이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황석영 작가는 "예술가는 국가권력과 긴장감을 위해 거리를 둬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쓰겠다"는 '영원한 현역'으로서의 의지를 불태웠다.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어 왼쪽 눈에만 의지해 글을 쓰는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미수(88세)까지는 글을 써야 하지 않겠나. 아직 두세 편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백 자나 되는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마음으로 글을 쓰겠다는 노장의 투혼은 『철도원 삼대』를 통해 회복한 서사의 힘을 바탕으로 『할매』를 완성시켰고, 이제 그는 다음 작품을 향한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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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살아있는 호랑이?…'이 공연' 예매 전쟁 터졌다!
살아 숨 쉬는 듯한 퍼펫(인형)의 움직임으로 연일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가 다시 한번 치열한 예매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1월 27일부터 2월 14일까지의 신년 공연 티켓이 19일 오전 11시에 오픈되는 가운데,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포커스석'과 경이로운 무대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석'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는 최고 인기 좌석으로 꼽힌다. 박정민과 박강현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이끄는 이 새로운 차원의 무대를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기 위해서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이다.이 작품은 얀 마텔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며, 이미 영화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2019년 영국에서 처음 무대화된 이후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뒤흔들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마침내 지난 12월 2일 한국에서 역사적인 아시아 초연이자 최초의 비영어권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막을 올렸다. 작품은 가족과 함께 인도를 떠나 캐나다로 향하던 이민선이 거대한 폭풍우에 침몰하면서, 태평양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구명보트 위에서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227일간의 사투를 벌이는 소년 '파이'의 믿을 수 없는 대서사시를 그린다.'라이프 오브 파이'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원작 소설이 가진 신비롭고 철학적인 여정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무대 위에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배우의 연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퍼펫, 음악, 조명 등 혁신적인 무대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관객들에게 전에 없던 입체적인 시각 경험을 선사하기에 가능하다. 특히 숙련된 퍼펫티어들의 혼신의 조종으로 살아 움직이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비롯해 얼룩말, 오랑우탄 등 다양한 동물들의 등장은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관객들은 이 경이로운 무대 예술을 통해 순식간에 광활하고 위험한 바다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이처럼 혁신적인 무대 연출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주인공 '파이' 역을 맡은 박정민, 박강현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소년의 내면을 섬세하고도 폭발적인 에너지로 그려내며, 베테랑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극의 밀도를 높인다.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삶과 죽음, 믿음과 이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기며 '반드시 관람해야 할 새로운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8세 이상 관람 가능한 이 작품은 내년 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 역삼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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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이해인 수녀, 노벨상 한강까지…'거장들의 놀이터' 샘터, 역사 속으로
한 시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국내 최장수 교양지 월간 '샘터'가 56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독자들에게 잠시 안녕을 고한다. 출판사 샘터사는 오는 24일 발행되는 2026년 1월호(통권 671호)를 마지막으로 잡지를 무기한 휴간한다고 10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휴간의 배경에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 샘터사 측은 "스마트폰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영상 콘텐츠의 수요가 활자 미디어를 월등히 뛰어넘는 시대적 흐름을 이기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높은 파고 앞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상징이었던 잡지가 결국 멈춰 서게 되었음을 인정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잡지'를 꿈꾸며 솟아났던 샘물이 반세기가 넘는 시간 끝에 마르게 된 것이다.샘터는 단순한 잡지를 넘어, 한 시대의 문학적 산실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다. 1970년 4월, 창간인인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거짓 없이 인생을 걸어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정다운 마음의 벗이 될 것"을 다짐하며 첫 장을 열었다. 그 약속처럼 샘터는 56년간 1만 1000여 건에 달하는 평범한 이웃들의 진솔한 사연을 지면에 실으며 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당대 최고의 문인들이 사랑한 무대이기도 했다. 작가 피천득, 최인호, 정채봉을 비롯해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필진들이 오랜 기간 연재를 이어갔다. 특히 소설가 최인호는 자전적 소설 '가족'을 1975년부터 무려 34년간 연재했고, 법정 스님은 수행 중의 깊은 사색을 담은 '산방한담'을 16년간 기고하며 큰 울림을 주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 역시 대학 졸업 후 샘터 편집부 기자로 2년간 일하며 문학적 자양분을 쌓았던 인연이 있다.대중 매체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샘터가 누렸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월간 판매 부수가 50만 부에 달하며 '국민 교양지'의 위상을 굳건히 했고, '어머니에게 편지 보내기' 공모 행사에는 한 달 만에 1만 통이 넘는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하며 사회적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고, 디지털 기기가 콘텐츠 소비의 주요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종이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설 자리를 잃어갔다. 창간 50주년을 한 해 앞둔 2019년, 이미 한 차례 휴간을 발표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기업의 후원과 독자들의 열렬한 구독 행렬 덕에 기적적으로 고비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구독률과 판매 부수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6년 만에 다시 한번 멈춤을 결정하게 되었다.샘터의 휴간이 출판사 샘터사의 완전한 폐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잡지 발행은 중단되지만, 단행본 출판 사업은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물질과 성공만을 따르지 않고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중시하는 샘터의 정신을 계속 지켜나갈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예정"이라며 샘터가 추구해 온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언젠가 냉동인간처럼 다시 반짝 태어나 독자들에게 인사드릴 것을 약속한다"는 말을 남겼다. 56년간 우리 곁을 지켰던 '마음의 벗' 샘터가 언젠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그날을 기약하며, 많은 독자들이 아쉬움 속에서 마지막 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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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인 2역의 비밀, 동생인가 악마인가…새 뮤지컬 '초록'의 충격적 설정
국내 대표적인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이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아 기존 전시 공간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디스트릭트는 연말 특별전 '아르떼뮤지엄: 윈터 글로우'를 오는 14일 부산을 시작으로 강릉, 여수, 제주 등 전국의 주요 지점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기존에 큰 사랑을 받았던 아르떼뮤지엄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크리스마스와 겨울이라는 테마에 맞춰 재해석하고 새로운 연출을 더해, 관람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번 '윈터 글로우' 특별전의 핵심은 총 세 개의 전시 공간이 겨울 시즌의 옷을 갈아입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를 자랑했던 '플라워(FLOWER)' 존은 화려함을 덜어내고 오직 순백의 꽃들로만 가득 채워진다. 관람객들은 눈처럼 새하얀 꽃들이 만개하고 흩날리는 공간 속에서 기존 전시와는 전혀 다른 차분하고 몽환적인,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열대우림을 주제로 했던 '정글(JUNGLE)' 존은 '트로픽 크리스마스'라는 이색적인 콘셉트로 재탄생한다. 한여름의 생동감 넘치는 열대 식물들 사이로 하얀 눈이 내리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구현하여, 계절과 지역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시각적 대비를 경험하게 한다.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아르떼뮤지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가든(GARDEN)' 공간이 될 전망이다. 이 공간은 '크리스마스'라는 시즌 테마를 전면에 내세워 관람객들이 연말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며진다.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거대한 스노우볼과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마을의 요소들이 미디어아트로 구현되어 환상적인 포토존을 제공한다. 이상진 디스트릭트 부사장은 "기존 작품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게 재해석하고 일부 신규 연출을 더했다"며, "연말을 맞아 아르떼뮤지엄을 찾는 관람객들이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의 전시를 경험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이번 특별 전시는 각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개막하여 내년 1월 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부산 지점은 12월 14일 가장 먼저 문을 열며, 이어서 강릉(12월 16일), 여수(12월 18일), 그리고 제주(12월 20일) 순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전시를 기획한 디스트릭트는 2020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선보여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공공 미디어아트 '웨이브(WAVE)'를 제작한 회사로, 몰입형 전시관 아르떼뮤지엄과 어린이들을 위한 미디어아트 공간 '아르떼 키즈파크'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공간 기반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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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함으로 시작해 압도적인 환희로 끝난다…'역대급' 연말 콘서트 온다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는 12월, 클래식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함신익이 이끄는 심포니 송이 오는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년 마스터즈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열 번째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낭만과 축복의 분위기에 맞춰, 바로크 시대의 경건함부터 고전주의 시대의 장엄한 환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 명작들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기대를 모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악단의 야심 찬 포부가 엿보이는 무대다.공연의 포문은 바로크 시대의 거장, 아르칸젤로 코렐리의 '크리스마스 협주곡'이 연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음악으로 꼽히는 이 곡은 서정적이면서도 경건한 선율을 통해 관객들을 성탄의 분위기 속으로 온전히 이끈다. 다채로운 악장 구성과 풍성한 현악 앙상블은 크리스마스 음악이 지닌 원형적인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공연의 몰입도를 높일 것이다. 이어서는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걸작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 여섯 번째 파트가 연주된다. 인간적인 기쁨과 신을 향한 환희가 공존하는 이 작품은 바로크 음악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곡으로, 합창과 독창,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장엄하고 화려한 음향은 마치 거대한 음악적 파노라마를 눈앞에 펼쳐놓는 듯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공연의 대미는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이자 인류의 유산으로 꼽히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장식한다.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를 가사로 차용한 4악장의 합창으로 인해 '환희의 송가'라는 부제로 더 잘 알려진 이 곡은, 모든 장벽을 넘어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노래하는 숭고함으로 매년 연말 전 세계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상징적인 레퍼토리다. 이번 무대에서는 소프라노 김순영,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이명현, 베이스 정인호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최정상급 솔리스트들이 함께해 작품의 예술적 깊이와 감동을 한층 더 끌어올릴 예정이다.이번 공연은 단순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음악회를 넘어, 창단 이후 꾸준히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지휘자 함신익은 "그간 다져온 성숙함을 바탕으로 늘 새로운 색깔과 방향성을 추구하려 한다"며, "한국 민간 오케스트라의 혁신적인 모델로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단체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바로크의 명상적인 선율부터 온 인류를 향한 베토벤의 웅장한 외침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음악적 여정은 올겨울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깊은 울림과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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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발굴하고 중앙이 밀었다…'아르코 리프'가 쏘아 올린 예술계의 새 신호탄

수도권이라는 중앙 무대를 벗어나 각자의 지역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이 서울의 심장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의 결과물인 ‘2025 아르코 리프(leap)’가 바로 그 무대다. 서울 종로구의 금호미술관, 일민미술관, 학고재 아트센터 세 곳에서 동시에 개막한 이번 전시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동해 온 작가 17인의 창작 여정과 성장을 집대성하여 보여주는 특별한 기회다. 이는 단순히 지역 작가를 서울에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다음 단계를 위한 실질적인 '도약'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이번 프로젝트는 지역과 중앙의 연계라는 새로운 지원 모델을 제시한다. 각 지역의 광역문화재단이 먼저 잠재력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추천하면, 아르코가 이를 이어받아 후속 지원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선정된 17명의 작가들은 지난 1년간 아르코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창작 및 제작 지원은 물론, 비평 자문, 기획자 및 전시 공간 매칭, 출판, 전문가와의 일대일 컨설팅 등 다각적인 지원을 받으며 각자의 예술적 언어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고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시간을 가졌다.전시는 세 곳의 미술관에서 각각 다른 주제로 펼쳐지며 17인 작가들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한다. 먼저 금호미술관에서는 ‘공존과 긴장의 장면들’이라는 주제 아래 구지은, 김주환, 김진희, 김희라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도시와 자연, 인간과 비인간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관계 맺고 균형을 탐색하는지를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다. 일민미술관에서는 ‘장소성과 심리의 재의미화’를 주제로 송성진, 임안나, 홍희령, 이현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장소'가 어떻게 구성되고 기억되며, 또 개인의 심리와 상호작용하며 변모하는지를 각자의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한다.학고재 아트센터는 ‘실존·지질·감각의 예술적 탐구’라는 주제로 우은정, 황해연, 유경자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깊이 있는 사유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이처럼 ‘2025 아르코 리프’는 단순히 17명의 작가를 한데 모은 그룹전이 아니라, 각자의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해 온 예술가들이 서울이라는 새로운 자양분을 만나 어떻게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역이라는 토대 위에서 단단하게 벼려진 이들의 작품이 중앙 무대와 만나 어떤 새로운 담론과 에너지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