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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무비의 저력 입증, 박찬욱부터 나홍진까지 칸의 레드카펫 장악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리며 1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은 턱시도와 드레스를 갖춰 입은 영화인들의 행렬로 북적였고, 영화의 탄생을 축하하는 열기는 지중해의 햇살만큼이나 뜨거웠다. 올해 칸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안락함 대신 극장이라는 공동의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논쟁하는 '집단 예술'로서의 영화의 가치를 다시 한번 선언하며, 프랑스 전역 950여 개 영화관에서 개막식을 동시 생중계하는 전례 없는 규모의 실험을 감행했다.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상징적 장면은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순간이었다. 박 감독은 이름 없이 헌신한 수천 명의 영화 스태프와 그 가족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그들의 갈망을 명심해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한국 영화를 '현대성의 거대한 영토'라고 극찬했듯, 2004년 장르 영화로 칸의 문을 열었던 박 감독이 이제는 세계 영화계의 심판관으로서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한국 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지난해 단 한 편의 장편 영화도 공식 초청받지 못하며 위기론에 휩싸였던 한국 영화는 올해 완벽한 반전의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황금종려상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감독주간에 초청되는 등 한국 영화는 칸의 주요 섹션을 고루 점령하며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올해 칸이 선택한 공식 포스터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고전 '델마와 루이스'의 두 여성이 지평선을 응시하는 장면을 담았다. 이는 영화가 걸어온 길을 축하함과 동시에 앞으로 마주할 과제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관람 방식의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칸은 '2026년의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티에리 프레모 위원장은 큰 스크린을 향한 창작자들의 열망이 있는 한 영화의 생명력은 영원할 것이라는 단호한 신념을 피력했다.개막작으로 선정된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의 '디 일렉트릭 키스'는 이러한 시대적 불안에 대해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응답했다. 1928년 파리를 배경으로 가짜 영매와 유령이 등장하는 이 코미디 영화는 허구 속에서 진실을 찾는 영화의 본질을 꿰뚫는다.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품은 인간만이 진정한 창조를 해낼 수 있다는 감독의 메시지는, 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감정과 불안이 오히려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뤼미에르 대극장의 불이 꺼지고 스크린이 밝아지면서 칸의 열두 날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허구로 진실을 말하고, 끊임없이 죽음을 선고받으면서도 매번 다른 모습으로 부활하는 영화의 생명력은 올해도 크루아제트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어둠 속에서 타인의 삶을 경험하는 이 경건한 의식은 한국 영화의 화려한 귀환과 함께 2026년 현재 우리에게 영화가 왜 여전히 필요한지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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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아카데미 휩쓴 K-팝 애니 '케데헌', 전 세계 공연장 달군다
글로벌 스트리밍 거물 넷플릭스가 아카데미를 휩쓴 화제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스크린 밖 외출을 전격 선언했다. 넷플릭스는 현지시간으로 14일, 자사 홍보 채널인 ‘투둠’을 통해 세계적인 공연 기획사 AEG 프레젠츠와 협력하여 작품 속 세계관을 라이브 무대로 옮기는 글로벌 콘서트 투어를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애니메이션 속 가상의 K-팝 그룹이 현실 세계의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는 이례적인 시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넷플릭스 측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 기획사 중 하나인 AEG와 손을 잡으며 투어의 규모와 퀄리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스카 2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작품의 시각적 마법과 음악적 요소를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영화 속에서 느꼈던 경이로운 경험을 팬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라이브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연출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광고 판매 설명회인 업프론트 행사에서도 이번 투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에이미 라인하드 넷플릭스 광고 부문 총책임자는 해당 작품이 플랫폼 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을 밝히며, 팬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캐릭터 및 음악과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번 투어의 핵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영상 시청을 넘어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을 꾀하는 넷플릭스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현재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영화 속 주인공들인 걸그룹 ‘헌트릭스’와 라이벌 격인 ‘사자보이즈’의 실제 무대 구현 방식에 쏠려 있다. 이재, 오드리 누나 등 극 중 목소리와 노래를 담당했던 아티스트들이 직접 무대에 오를지, 혹은 홀로그램이나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가상 공연 형태가 될지에 대해 넷플릭스는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출연진 구성에 대한 신비주의 전략은 오히려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악령으로부터 인류를 수호하는 K-팝 걸그룹의 활약상을 담아내며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상 수상을 시작으로, 올해 3월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그 저력을 입증했다. 작품의 대성공은 자연스럽게 강력한 팬덤 형성으로 이어졌고, 넷플릭스는 이러한 열기를 오프라인 공연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투어의 구체적인 일정과 개최 도시 등 세부적인 정보는 올해 안으로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공연은 K-팝의 글로벌 영향력과 넷플릭스의 막강한 자본력이 결합한 역대급 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투어가 성공할 경우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라이브 공연 모델의 새로운 표준이 정립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투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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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 대신 야수성… 마요 감독이 뒤집은 고전의 틀
고전 동화의 순수함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배신을 선사했다. 지난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지우고 그 자리에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트라우마를 채워 넣었다. 장 크리스토프 마요 예술감독은 익숙한 백조 이야기를 왕가 내부의 불륜과 복수, 통제와 일탈이 뒤섞인 현대적 심리극으로 탈바꿈시켰다. 무대 위에는 우아한 공주 대신 본능에 충실한 인간 군상이 등장해 120분간 관객의 시선을 압도했다.이번 공연의 가장 큰 파격은 인물 관계의 재설정이다. 악마인 '밤의 여왕'은 단순히 왕자를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왕과 은밀한 불륜 관계를 맺어온 인물로 묘사된다. 왕가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한 여왕의 원한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복수의 동력이 된다. 이에 맞서는 왕비 역시 인자한 어머니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들을 강박적으로 통제하며 끝내 흑조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광기를 보여준다. 고전의 전형성을 탈피한 이러한 설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 본성의 모호함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마요 감독은 무용수들에게 전형적인 발레 연기가 아닌 '살아 있는 안무'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무용수들은 정교한 테크닉을 넘어 노골적이고 관능적인 몸짓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표현했다. 특히 왕자를 유혹하는 흑조와 궁중 여인들의 모습은 방탕하고 도발적이며, 신체적 접촉을 서슴지 않는 연출을 통해 왕자가 느끼는 혼란과 욕망을 시각화했다. 왕과 왕비 또한 아들을 위협하듯 압도하는 동작을 선보이며, 권력과 통제가 지배하는 왕실의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작품의 중심에는 '마요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한국인 수석무용수 안재용이 있었다. 왕자 역을 맡은 그는 섬세한 표정 변화와 고갯짓 하나만으로도 캐릭터가 느끼는 절박함과 환희를 객석 끝까지 전달했다. 안재용은 동작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첫사랑을 향한 순수함과 흑조의 유혹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적인 왕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그의 열연은 현대 발레가 지향하는 서사적 깊이를 더하며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시각적인 연출 역시 절제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화려한 중세 궁전 대신 단순화된 기하학적 구조물이 무대를 채웠고, 의상은 백조의 '야수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발레리나의 상징인 튀튀 대신 거친 깃털이 달린 짧은 원피스와 조류의 발톱을 연상시키는 긴 장갑을 사용해, 천상의 존재가 아닌 야생 동물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러한 미니멀리즘적 접근은 인물들의 감정선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이번 내한 공연은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제작진은 인간 역시 길을 잃은 존재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고전의 권위에 도전했다. 화성과 서울을 거치며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이번 무대는 오는 20일 대전 공연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현대 발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백조의 호수'는 한국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강렬한 잔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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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홀린 '군체' 7분 기립박수… 연상호의 귀환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밤은 한국 영화의 열기로 가득 찼다.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야심작 '군체'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을 통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뤼미에르 대극장을 뒤흔들었다.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 주변은 한국어 피켓을 든 현지 팬들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부산행'을 통해 K-좀비 열풍을 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의 네 번째 칸 입성이라는 점에서 현지 관객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이날 레드카펫에는 연상호 감독을 필두로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등 주연 배우들이 총출동해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상영 전부터 극장 안팎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으며, 20년 넘게 한국 영화를 추종해온 골수팬들부터 연상호식 서스펜스를 기다려온 평단까지 한자리에 모여 장관을 연출했다. 영화의 타이틀이 스크린에 오르기도 전에 터져 나온 박수는 한국 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폐쇄된 건물 내부에 고립된 이들의 사투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투쟁에 그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의 추악한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123분이라는 상영 시간 동안 관객들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는 폐쇄형 구조는 연상호 감독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더욱 밀도 있게 보여주었다는 평이다.상영이 끝난 후 객석에서는 약 7분 동안 끊이지 않는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관객들의 열띤 성원에 연상호 감독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꿈의 무대인 칸에서 다시 한번 작품을 선보이게 된 영광을 전했다. 현지 관객들은 '부산행'의 긴장감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철학적 질문과 뛰어난 완성도에 찬사를 보냈다. 특히 극한 상황 속에서 타인을 배제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다룬 연상호식 윤리적 메시지가 큰 공감을 얻었다.연상호 감독에게 이번 초청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12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시작으로 '부산행', '반도'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칸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장르 영화의 정수로 꼽히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며 명실상부한 '칸의 총아'임을 입증했다. 외신들은 그가 좀비물이라는 장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꿰뚫어 보는 독보적인 연출력을 가졌다고 평가하며 신작 '군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올해 칸 영화제는 '군체' 외에도 나홍진 감독의 '호프',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초청되는 등 한국 영화의 풍년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한국 영화계의 국제적 위상은 정점에 달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한복판에서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군체'가 칸에서의 호평을 발판 삼아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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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유일 경쟁작 '호프'…나홍진이 그린 희망들의 충돌

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 영화 '호프'가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베일을 벗었다.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2,3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나홍진 감독은 상영 다음 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의외의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전날의 화려한 상영을 두고 "테크니컬 리허설"이었다는 파격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시사했다. 취재진에게 편집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거장다운 겸손함과 동시에 끝없는 예술적 집착이 묻어났다.실제로 영화 '호프'는 칸 공개 직전까지도 치열한 후반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 감독은 상영 불과 나흘 전까지 수정을 거듭했으며, 인터뷰 당일에도 시각과 청각 모든 기술 파트가 전쟁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를 두고 "여전히 진화 중인 생명체와 같다"고 정의하며, 칸에서의 첫 상영이 마침표가 아닌 더 완벽한 결과물을 향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행보는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난 그의 예술 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작품의 탄생 배경에는 감독이 전 세계적으로 느끼고 있던 막연한 위기감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홍진 감독은 현대 사회를 뒤덮고 있는 보이지 않는 폭력과 전쟁의 전조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온 세상이 부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임박해 있는 거대한 위협을 영화적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불안감은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 양식과 심리 묘사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영화의 중심을 이끄는 주인공 범석은 기존 영웅 서사의 인물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는 거대한 위협 앞에서 흔들리고 도망치고 싶어 하며, 확신 없는 걸음을 내딛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로 묘사된다. 나 감독은 범석의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설명했다. 용기와 비겁함, 영악함과 투박함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면모가 투영되었을 때 비로소 실제 인간다운 캐릭터가 완성된다는 철학이다. 관객들은 범석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거울처럼 마주하게 된다.제목인 '호프'에 담긴 중의적인 의미도 흥미롭다.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를 단순한 희망의 메시지가 아닌 '희망들의 충돌'에 관한 기록이라고 정의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악의 없이 자신의 희망을 쫓지만, 그 선한 의지들이 부딪히며 발생하는 파열음이 극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누구도 악인이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비극은 인간관계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고든다.'곡성' 이후 10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복귀한 나홍진 감독은 이번 초청에 대해 깊은 영광과 떨림을 감추지 않았다. '추격자'를 시작으로 '황해', '곡성'에 이어 네 번째로 칸의 부름을 받은 그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칸 월드 프리미어의 중압감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세계 영화계의 정점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위치를 증명한 나홍진의 '호프'는 칸에서의 열기를 뒤로하고 이제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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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 한화, 2만 8천원 관람료 논란 뚫고 개관
서울의 랜드마크인 여의도 63빌딩이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성지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문화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퐁피두센터가 한화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 것이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의 손길을 거쳐 리모델링된 63빌딩 별관은 황금빛 본관 옆에서 정제된 미학을 뽐내는 하얀 '빛의 상자'로 거듭났다. 오는 6월 4일 정식 개관을 앞둔 이곳은 20세기 미술사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던 입체주의를 첫 번째 화두로 던지며 화려한 막을 올린다.개관전의 주인공인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1907년부터 1927년까지 파리를 중심으로 전개된 큐비즘의 20년 역사를 8개 섹션으로 정밀하게 조망한다. 파블로 피카소가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초기작 '여인의 흉상'부터, 사물의 형태를 완전히 해체해 추상의 영역으로 진입한 '기타 연주자'까지 피카소의 예술적 궤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여기에 조르주 브라크와 후안 그리스 등 큐비즘을 이끈 거장 43인의 작품 91점이 대거 포함되어 현대미술의 기원을 탐구하는 밀도 높은 여정을 선사한다.이번 전시는 서구의 예술 운동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근대 미술과의 연결 고리를 찾는 시도를 병행한다. 별도로 마련된 '코리아 포커스' 섹션에서는 김환기, 유영국, 박래현 등 한국 미술의 거목 11인이 서구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어떻게 수용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변주했는지 살핀다. 이는 퐁피두센터의 방대한 컬렉션과 한국 작가들의 창의적 작업이 만나는 지점을 조명함으로써, 큐비즘이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선사한 시각적 혁신의 파급력을 다각도로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퐁피두센터 한화는 이번 개관전을 시작으로 야수파, 초현실주의, 여성 추상미술 등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짚어보는 대규모 기획전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칸딘스키와 샤갈 등 대중에게 친숙한 거장들의 전시와 함께 디지털 미학의 뿌리를 찾는 '코딩 더 월드'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한화문화재단 측은 당분간 독자적인 소장품 확보보다는 해외 유수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수준 높은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는 가교 역할에 집중하며 대중과 호흡하는 모델을 지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하지만 화려한 개막 소식 이면에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전시 공개 당일, 미술관 앞에서는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을 겨냥한 시민단체들의 항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전쟁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이 예술을 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는 '아트워싱'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퐁피두센터 유치에 투입된 자금의 성격을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적 미술관의 한국 진출이라는 문화적 성취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63빌딩이라는 한 공간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는 모양새다.높은 관람료를 둘러싼 대중의 설왕설래도 여전하다. 성인 기준 2만 8,000원이라는 가격은 국내 국공립 미술관은 물론 웬만한 사립 미술관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퐁피두센터와의 파트너십 유지 비용과 고품격 전시 기획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문화 향유권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이러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선 속에서 서울의 새로운 문화 엔진으로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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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의 흔적' 특별전, 김창열의 한지 작업 집중 조명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물방울의 화가’ 고(故) 김창열 화백의 예술적 혼이 깃든 평창동 자택이 시민들을 위한 공공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 종로구는 오는 29일부터 평창동에 위치한 ‘김창열 화가의 집’ 개관을 기념하여 특별전 ‘김창열, 물방울의 흔적’을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1년 타계하기 전까지 약 30년 동안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던 국내 유일의 작업실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개관 기념 전시의 핵심은 김 화백의 예술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한지 작업’에 맞춰져 있다. 평창동 자택은 높은 층고와 풍부한 채광을 자랑하여 대형 회화는 물론 섬세한 종이 작업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종로구는 이러한 공간적 특성에 주목하여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던 작가의 한지 및 종이 판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평생을 바쳐 탐구했던 물방울의 미학이 종이라는 매체 위에서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전시 규모는 회화 19점과 판화 4점, 드로잉 1점을 포함해 총 24점으로 구성되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김 화백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배치되어 시기별 작품 세계의 변천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작가의 대표 연작인 ‘물방울’과 ‘회귀’의 완성작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담긴 밑작업 단계의 작품들도 함께 공개되어 거장의 치열한 고민과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공간 구성 역시 작가의 생전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설계되었다. 1층은 기획전시실로 꾸며져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기존의 생활 공간이었던 2층은 매표소와 카페로 개조되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으는 곳은 지하 작업실이다. 종로구는 이곳을 작가가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 원형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관람객들은 거장이 물방울을 빚어내던 실제 현장에 발을 들여놓으며 작가와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이번 개관은 생전 자신의 작업실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 했던 김 화백의 유지와 유족의 결단, 그리고 종로구의 적극적인 행정이 빚어낸 결실이다. 구는 유족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택을 매입한 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이곳을 공공문화시설로 조성했다. 오는 28일 오후에는 유족과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식 개관식이 열릴 예정이며, 이를 통해 평창동은 또 하나의 상징적인 문화 예술 거점을 확보하게 되었다.‘김창열 화가의 집’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평창동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한 예술가의 삶과 철학이 응축된 장소로서 시민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거장이 남긴 물방울의 흔적을 따라 걷는 여정은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를 체험하는 동시에,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공간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확인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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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뮤지컬 '서편제'의 귀환, 이자람·차지연이 빚은 한의 정수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창작 뮤지컬 ‘서편제’가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아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작품은 최고의 소리꾼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자식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유봉과, 그 과정에서 겪는 송화와 동호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룬다. 길 위에서 시작된 이들의 유랑은 예술을 향한 집착과 가족 간의 갈등이 뒤엉키며 처절한 서사로 전개된다. 특히 소리의 완성을 위해 딸의 시력을 앗아가는 유봉의 광기 어린 집념은 예술의 본질과 예인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무게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이번 공연은 초연부터 작품의 기둥 역할을 해온 이자람을 비롯해 차지연, 이봄소리, 시은이 송화 역을 맡아 각기 다른 색깔의 ‘한’을 선보인다. 송화는 아버지의 폭력적인 광기를 묵묵히 견뎌내며 자신의 슬픔을 소리로 승화시키는 인물로, 극의 중심에서 절절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특히 극 후반부 시력을 잃은 송화가 켜켜이 쌓인 한을 토해내듯 부르는 ‘심청가’는 관객들의 숨소리조차 잦아들게 만드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연기는 한국적 정서인 한의 정수를 무대 위에 완벽히 구현해낸다.음악적 구성은 이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다. 작곡가 윤일상은 판소리라는 전통적인 소재에 발라드, 록, 팝 등 현대적인 선율을 매끄럽게 결합하여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완성했다. 국악감독을 겸임하는 이자람의 전문성과 현대 음악의 세련미가 어우러져, 관객들은 이질감 없이 한국적인 소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음악적 시도는 전통 예술이 박제된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예술로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동호 역에는 국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김준수가 합류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소리를 거부하고 떠났지만 결국 자신의 뿌리로 돌아와 화해를 시도하는 동호의 복잡한 심경을 맞춤옷을 입은 듯 연기한다. 김경수와 유현석 또한 동호 역으로 분해 송화와의 애틋한 남매애를 그려낸다. 유봉 역의 서범석, 박호산, 김태한은 예술을 향한 집착으로 파멸해가는 예인의 고독과 집요함을 강렬한 에너지로 표현하며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무대 디자인 역시 작품의 서정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한지를 겹겹이 배치해 산과 길을 형상화한 무대는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단아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밝고 정갈한 풍경 위에 대비되는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아픔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조광화 작가의 유려한 대사와 윤일상의 선율, 그리고 한국적 미학이 담긴 무대 장치는 창작 뮤지컬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가시지 않는 여운에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깔려 있으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이 작품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한국 문화의 깊이를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소리를 향한 험난한 여정과 그 끝에서 피어나는 용서의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 ‘서편제’는 오는 7월 19일까지 공연을 이어가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먹먹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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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알루미늄에 새긴 '정적의 물결'

조각가 박상수가 서울 종로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자신의 열일곱 번째 개인전 ‘호기심의 멜로디, 자연의 선율’을 선보이며 대중과의 소통에 나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자연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감각적 요소를 조각이라는 물리적 매체로 통합해낸 결과물이다.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나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일상에서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자연의 청각적 신호들을 포착해 이를 정지된 조형물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소리의 리듬을 시각화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안한다.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복잡한 이론적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작품들과 마주하게 된다. 박상수는 현대조각이 지닌 난해함을 걷어내고, 자연의 흐름과 음악적 선율이 교차하는 지점을 자유로운 조형 언어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관람객의 정서와 부드럽게 공명하며 일종의 심리적 안식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들은 소재와 형태 면에서 다채로운 변주를 보여준다.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사용한 ‘정적의 물결’은 거대한 원형 면 위로 일렁이는 물결의 움직임을 형상화하여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또한 대형 설치 작업인 ‘아를르의 여인을 위한 심포지움’은 관현악기의 형태와 그물망 날개를 가진 여인상을 결합해 마치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울처럼 매끄럽게 빛나는 곡선이 돋보이는 ‘내일의 내일’ 역시 작가 특유의 세련된 조형미를 잘 보여주는 수작으로 꼽힌다.박상수 작가에게 자연의 소리는 단순한 물리적 진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자연의 소리가 인간의 기억과 경험을 자극하고 깊은 사유로 이끄는 매개체라고 믿는다. 음악적 리듬과 멜로디는 관객이 자연의 변화무쌍한 움직임 속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예술 작품과 연결해주는 유연한 다리가 된다. 작가는 소리라는 무형의 가치를 조각이라는 유형의 실체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과의 교감을 회복하고자 한다.작가는 전주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하며 탄탄한 기초를 다졌다. 1997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16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에 달하는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꾸준한 창작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한국조각가협회와 전주조각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과 중앙 미술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오랜 세월 다듬어진 숙련된 기술과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결합되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이번 전시는 5월 31일까지 종로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계속된다. 관람객들은 금속과 돌이라는 딱딱한 재료 속에서 피어난 부드러운 선율을 감상하며, 자연이 건네는 위로를 만끽할 수 있다. 작가는 전시 기간 중 현장을 찾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조형 철학을 공유할 예정이다. 자연의 소리를 조각으로 듣는 이번 전시는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예술이 주는 정적과 리듬에 몰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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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 나타난 '반가라춘상' 라이언이 국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전통 불교 유산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특별한 전시 공간들을 공개했다. 박물관 입구인 열린마당에는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가 국보 반가사유상의 모습으로 변신한 대형 조형물 ‘반가라춘상’이 설치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약 10m 높이에 달하는 이 벌룬 조형물은 국보 제78호와 제83호 반가사유상의 특징을 각각 라이언과 춘식이가 재치 있게 표현해낸 결과물이다. 박물관 측은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통해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 유물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고자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상설전시관 내부로 들어서면 고려 불교미술의 정수로 꼽히는 ‘경천사 십층석탑’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1층 역사의 길 끝에 자리한 이 탑은 대리석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정교한 조각 수법을 통해 당시의 높은 예술적 수준과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흔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석탑 표면에 새겨진 섬세한 불교 설화와 문양들은 관람객들에게 고려 시대 사람들이 꿈꾸었던 불국토의 세계를 넌지시 보여준다. 박물관은 이 석탑을 시작으로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불교문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했다.2층 불교회화실에서는 평소 보기 드문 대형 불화인 ‘안동 봉정사 괘불’이 특별 공개되어 시선을 압도한다. 높이 8m, 너비 6m가 넘는 이 거대한 화면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인 영산회상이 화려하고도 장엄하게 펼쳐진다. 괘불은 과거 부처님오신날과 같은 대규모 야외 의식 때만 걸렸던 유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조선 시대 불교 신앙의 뜨거운 열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같은 층에 마련된 ‘사유의 방’에서는 캐릭터 조형물의 실제 모델인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고요한 침묵 속에서 관람객들과 마주한다.3층 불교조각실은 재료와 형식에 따른 한국 불상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금동불부터 석불, 목조불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변화해온 부처의 미소와 신체 비례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현재 전시 중인 ‘탄생불 입상’은 갓 태어난 아기 부처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찰나를 형상화해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외에도 인도·동남아시아실에서는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초기 미술 양식을 확인할 수 있어 아시아 불교문화의 뿌리를 더듬어볼 수 있다.시각적 관람을 넘어 청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3층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에서는 성덕대왕 신종의 종소리를 현대적인 음향 기술로 재현해 들려준다. 낮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박물관을 찾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정서적 평온함을 선사한다. 이는 유물을 단순히 눈으로 보는 대상에서 벗어나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는 체험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박물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관람객들은 종소리의 잔향 속에서 불교문화가 지닌 치유와 성찰의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이번 부처님오신날 기념 전시는 전통 유산이 박제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살아있는 존재임을 증명한다. 캐릭터 벌룬부터 대형 괘불, 그리고 신비로운 종소리에 이르기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이 준비한 다채로운 콘텐츠들은 불교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도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가고 있다. 박물관은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시민이 한국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일상의 여유를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물관의 문턱을 낮춘 이러한 시도들은 앞으로도 문화유산 향유의 새로운 모델로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