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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거장 권순철, 캔버스에 새긴 시대의 비극
한평생 캔버스 위에서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해 온 노화가의 60년 화업을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개막한 권순철(82) 화백의 초대전은 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화들을 통해 재현을 넘어선 예술의 본질을 묻는다.권순철의 그림은 편안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두껍게 쌓아 올린 물감 덩어리와 거친 붓질로 표현된 얼굴들은 때로는 기괴하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스스로 ‘야수파적 성향’이 있다고 말할 만큼 그의 표현 방식은 격렬하다. 하지만 관객은 그 투박한 얼굴 앞에서 혐오가 아닌, 설명하기 힘든 묵직한 울림과 마주하게 된다.그의 캔버스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깊이 맞닿아 있다. 어린 시절 겪은 6·25전쟁, 그리고 ‘보도연맹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진 아버지와 삼촌의 기억은 그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뿌리가 되었다.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가족 전체가 감내해야 했던 침묵의 세월은 그의 붓 끝에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았다.따라서 그의 작업은 단순한 그리기가 아닌, 고통을 응시하고 상처를 고백하는 행위에 가깝다. 미화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비극의 한복판을 파고들어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평생에 걸쳐 반복해왔다. 그림을 통해 상흔을 치유하고, 개인의 아픔을 시대의 보편적인 감동으로 끌어올린 것이다.1944년생으로 해방 이후 우리말로 교육받은 첫 세대인 그는, 자신의 작품에 늘 ‘철’이라는 한 글자 서명을 남겼다. 이는 자신의 이름이자, 식민의 그늘을 벗어나 주체적으로 ‘우리 것’을 찾고자 했던 한결같은 의지의 표명이다. 그의 작업이 단순한 서양화의 모방이 아닌, 한국적 리얼리즘의 모색으로 평가받는 이유다.이번 전시는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던 한 화가의 치열한 여정을 따라간다. 거친 질감의 인물화와 산 그림들은 그가 불굴의 의지로 그려내려 한 삶의 참모습이자, 우리 모두가 지나온 시대의 초상이다. 전시는 오는 3월 29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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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7만 명 홀린 베니스 화제작' 드디어 한국에서 본다!
전 세계 건축학도들과 예술 애호가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베니스의 뜨거운 열기가 서울의 중심 종로로 옮겨왔다. 지난해 제19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무려 17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웠던 한국관 전시가 7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세계적인 시사 매거진 모노클이 꼭 봐야 할 전시 중 하나로 손꼽았던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귀국전을 2월 6일부터 4월 5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전시는 단순한 결과 보고를 넘어선다. 베니스 현지에서 한국관을 찾았던 관람객 비율은 전체의 55%를 상회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이는 한국관 역사상 전례 없는 성과였다. 이러한 글로벌 찬사의 중심에 있었던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 예술감독과 김현종, 박희찬, 양예나, 이다미 등 젊은 건축가들이 다시 뭉쳐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을 한국관의 숨결로 가득 채웠다.전시의 모티프가 된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 동요 두껍아 두껍아다. 건립 30주년을 맞이한 베니스 한국관을 하나의 집으로 재해석한 이번 프로젝트는 고정된 벽돌 건물을 넘어 변화와 재생을 거듭하는 유기적인 공간으로서의 건축을 탐구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인간의 시선이 아닌 나무, 땅, 하늘, 바다, 심지어 한국관을 지키는 고양이 무카 같은 비인간적 존재들을 화자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와 공간의 시간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한층 더 유연하고 상상력 넘치는 시각으로 풀어냈다.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다영 감독은 이번 귀국전을 베니스 전시의 과정을 재맥락화한 보고전 형식이라고 정의했다. 제1전시실에서는 한국관의 탄생과 역대 전시 자료들을 한데 모은 아카이브 작업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시간 여행으로 초대했다. 제2전시실에서는 베니스 현장의 설치물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그 작업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뇌와 제작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완성된 결과물만큼이나 그 과정에 담긴 예술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 미술의 흐름과 닿아 있다.참여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왜 이 전시가 베니스에서 그토록 주목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다미 작가는 덮어쓰기, 덮어씌우기 작업을 통해 한국관 건축의 시간을 다층적으로 들려주었다. 그녀는 건축가의 역할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공간이 품고 있는 기억을 전달하는 중간자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박희찬 작가의 나무의 시간은 한국관 설계의 핵심 조건인 나무에 반응하는 건축적 장치를 선보였다. 베니스에서 직접 채집한 빛과 그림자, 바람의 감각을 드로잉과 영상으로 되살려내어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경계를 체험하게 했다.미래를 향한 발칙한 상상력도 돋보였다. 김현종 작가는 새로운 항해를 통해 한국관 옥상을 모두에게 열린 전망대로 제안했다. 이는 폐쇄적인 국가관의 경계를 허물고 미래 세대를 위한 연대의 가능성을 상상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김 작가는 한국관의 옥상을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으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전시를 기획한 김희정 큐레이터는 한국관이 탄생할 당시의 세 가지 전제, 즉 기존 요소 보존, 지면 훼손 금지, 철거 용이성에 주목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건축가들이 어떤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작가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전시장에 설치된 언폴딩 아카이브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아르코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아티스트 토크와 한국관 건축 강연 등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관람객들은 리빙 아카이브를 통해 전시의 의미를 직접 되새기고 창작자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된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타지에서 한국의 건축 정신을 지켜온 한국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미래의 시간을 서울 한복판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세계를 매료시킨 한국 건축의 정수가 담긴 이번 전시는 예술이 어떻게 공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될 것이다. 베니스의 햇살과 바람을 품고 돌아온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은 올봄 가장 뜨거운 예술적 영감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건축이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을 공유하는 존재임을 깨닫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번 주말 아르코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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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컬렉터를 만드는 아트페어의 비밀 무기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트페어의 홍수 속에서 생존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연중 쉴 틈 없이 열리는 행사들 속에서, 성패는 결국 한정된 '큰손' 컬렉터의 시간과 자원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히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아트페어들은 이제 현재와 미래의 고객을 동시에 붙잡기 위한 정교한 전략 설계에 사활을 걸고 있다.그 첫 번째 전략은 '현재의 고객'을 단단한 팬으로 만드는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일회성 티켓 구매자를 넘어, 페어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프리즈의 '프리즈 91'이나 키아프의 멤버십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한 입장권 제공을 넘어, VIP 프리뷰 우선 입장, 작가와의 대화, 프라이빗 행사 참여 등 '컬렉터'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과 네트워크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며 강력한 소속감을 부여한다.이는 갤러리들의 반복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핵심 장치이기도 하다. 높은 부스 비용을 지불하고 참가하는 갤러리 입장에서 판매 성과가 없다면 3년을 버티기 힘들다. 멤버십을 통해 구매력 있는 컬렉터 풀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다는 믿음은, 갤러리들이 해당 페어를 계속해서 선택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결국 잘 설계된 멤버십은 페어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의 초석인 셈이다.그러나 현재의 컬렉터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시장의 파이를 근본적으로 키우기 위한 두 번째 전략, 바로 '미래의 고객'을 키워내는 키즈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이는 당장의 수익이 아닌, 10년, 20년 후 미술 시장을 이끌어갈 잠재적 컬렉터를 양성하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VIP 라운지 가장 좋은 곳에 키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키즈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한 미술 체험이나 아이 돌봄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 아닌, 작품을 '보고 선택하는' 감각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이들은 작품을 편견 없이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왜 이 작품에 끌리는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컬렉터의 시선'을 내재화하게 되며, 이는 부모 세대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주어 온 가족이 미술을 즐기는 문화를 만든다.결국 포화 상태에 이른 아트페어 시장에서 살아남는 곳은 단기적인 판매 성과에만 매달리는 곳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정교한 관계 설계에 성공한 곳이 될 것이다. 현재의 컬렉터와는 멤버십으로 깊은 유대를 형성하고, 키즈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의 컬렉터를 키워내는 투트랙 전략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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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들의 놀라운 공통된 경력

화려한 아트페어와 수십억을 호가하는 작품 판매 소식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미술 시장의 이면에는, 낡은 건물 계단 뒤나 눈에 띄지 않는 골목에 자리한 작은 공간들이 있다. 간판조차 희미한 이곳들은 상업적 성공이나 제도적 권위와는 거리를 둔 채, 한국 미술의 미래를 묵묵히 짊어지고 가는 '대안공간'들이다.이 공간들은 미술계의 필수적인 '인큐베이터'로 기능한다. 당장의 시장성과는 무관하게 작가의 실험 정신과 새로운 시도를 지지하며, 아직 주류에 편입되지 않은 신진 작가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첫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상업 갤러리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비디오 아트,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들이 이곳에서 비로소 관객과 만날 수 있다.1999년 문을 연 1세대 대안공간인 루프와 사루비아는 이러한 역할을 20년 넘게 수행해 온 상징적인 존재다. 최근 홍대 앞에서 을지로 공구상가 사이로 터를 옮긴 루프는 미디어아트가 주류인 흐름 속에서 오히려 실험적인 회화 작업을 조명하고, 페미니즘과 생태 담론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시대의 변화에 호응하고 있다.이러한 움직임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대구의 비영리 전시공간 '싹'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술 창작의 과정을 '시지프스의 돌멩이'에 비유하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감내하는 젊은 작가들의 태도를 조명한다. 이는 지역 미술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독립적인 실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이들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후보 명단은 대안공간이 한국 미술계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최종 수상자를 포함한 다수의 후보 작가들이 경력 초기에 루프, 아트스페이스 보안 등 대안공간에서의 전시를 발판 삼아 주류 미술계로 도약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스타 작가들의 '시작점'이었던 셈이다.결국 대안공간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 갤러리와 권위 있는 담론을 생산하는 미술관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비판적 실천의 장이다.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형식과 주제를 실험하며 미술계의 저변을 넓히는 이들의 조용한 분투가 오늘날 한국 미술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가장 근본적인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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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열린 '한국 미술 보물상자', 뭐가 있나?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 미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특별전이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렸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양국이 소장한 우리 문화유산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 미술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조명한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고려시대에 제작된 두 점의 '오백나한도'다. 깨달음을 얻은 성자인 나한을 그린 이 그림들은 1235년 몽골의 침입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며 만들어졌다. 이후 흩어져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이 각각 소장해왔으나, 이번 전시를 통해 약 800년 만에 나란히 걸리며 애틋한 재회의 의미를 더했다.전시는 고려시대 예술의 다채로운 면모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한쪽 무릎을 세운 편안한 자세가 특징인 '관음보살좌상'의 우아함과 함께, 정교한 세공 기술이 돋보이는 은제 금도금 잔과 받침 등은 고려 공예가 도달한 높은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같은 모양의 청자와 금속 공예품을 함께 배치하여 재료에 따른 미감의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게 했다.조선 왕실의 문화와 예술 세계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특히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한 8일간의 행차를 담은 '화성원행도'는 조선시대 기록 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배다리(주교)의 모습 등 당대 최대 규모의 국가 행사를 생생하게 담아내 압도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이 외에도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위상을 보여주는 기린 무늬 흉배와 조선시대 관복 등 왕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된다. 또한, 18세기 초 조선과 일본의 외교 문서를 통해 양국의 교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조선국왕국서'도 함께 공개되어 전시의 의미를 풍성하게 한다.이번 특별전은 양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문화와 예술이 간극을 잇는 다리가 되어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기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상품 '뮷즈'(MU:DS)도 현지에서 판매되어, 한국 문화유산의 감동을 일상으로 이어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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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글쓰기 원천은 '무의식 탐험'
세계적인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77세의 나이에도 식지 않는 창작열과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작가로서의 삶과 최근 겪었던 건강 위기, 그리고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하루키는 자신의 글쓰기 원천이 '무의식의 탐험'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을 쓸 때마다 계획 없이 잠재의식의 세계로 들어가 그곳에서 목격한 기이하고 놀라운 장면들을 현실의 언어로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집필은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멋진 여정인 셈이다.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의 에이전트는 이제 관련 문의에 웃어넘길 뿐이라며, 하루키가 이미 노벨상 수상자만큼의 영향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정작 하루키 자신은 스스로를 '예술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 칭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특히 그는 지난해 한 달간 입원하며 체중이 18kg이나 빠지는 심각한 건강 위기를 겪었음을 고백했다. 한때는 집필 의욕마저 상실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한 뒤 다시 글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다며 이를 '일종의 부활'과 같다고 회상했다.창작에 대한 새로운 열정은 곧바로 신작으로 이어졌다. 그는 올여름 일본에서 새로운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며, 이번 작품에서는 드물게 젊은 여성 삽화가 '카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을 다룬다고 귀띔했다. 또한, 아버지와의 추억을 담은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의 미국 출간도 앞두고 있다.하루키는 47년간의 긴 작가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으로 아내의 공을 꼽았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아내의 헌신적인 지지와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며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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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게임과 K-국악의 만남, 전 세계가 놀랄 사운드 탄생
세계적 인기를 끈 K-게임 ‘P의 거짓’과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대표 사운드트랙이 국악의 옷을 입고 새롭게 태어났다. 국립국악원이 현대 대중문화의 최전선에 있는 게임과 손잡고 우리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파격적인 시도다.국립국악원은 2024년부터 '게임 사운드 시리즈'라는 이름 아래 국악과 게임의 협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물로 2023년과 202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각각 수상한 두 대표작의 음악을 선택, 영화 '올드보이'의 이지수 음악감독과 작곡가 양승환이 편곡을 맡아 국악 앨범을 탄생시켰다.‘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제곡 ‘ARISE’는 원곡의 K팝 스타일을 벗고 거문고의 묵직한 저음과 대금, 피리의 선율이 어우러진 경쾌한 실내악으로 변모했다. 또한, 전투 장면의 배경음악인 ‘Sunset Duel’과 ‘Blood-Red Commander’는 태평소와 사물놀이 악기를 전면에 내세워 원곡의 웅장함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박진감을 선사했다.서정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의 ‘P의 거짓’ OST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됐다. 대표곡 ‘Proposal, Flower, Wolf Part 1’은 전통 성악인 정가(正歌)의 깊고 절제된 음색을 통해 원곡의 애절함을 극대화했다. 또 다른 곡 ‘The Clear Blue Sky’는 생황의 신비로운 소리와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만나 한 편의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이번 작업은 단순히 서양 악기를 국악기로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각 게임의 세계관과 서사를 국악의 어법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신시사이저 베이스를 거문고로 표현하고, 전투의 격렬함을 태평소로 그려내는 등 편곡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국악기가 지닌 표현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국립국악원의 이번 프로젝트는 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K-게임과 전통음악의 만남을 통해 국악이 현대 대중문화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앨범은 12일 국내외 주요 음원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어 게임 팬과 음악 애호가 모두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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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설 연휴 200% 즐기는 공연 꿀팁 공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14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에 가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다채로운 공연들이 무대에 오른다. 단순히 쉬는 휴일을 넘어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잊지 못할 추억을 쌓으려는 이들을 위해 대학로의 아기자기한 창작 뮤지컬부터 국립극장의 장엄한 전통 예술까지 장르별로 풍성한 성찬이 차려졌다.먼저 젊음과 예술의 거리 대학로 일대는 가족을 소재로 한 따뜻한 창작 공연들로 연휴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서울 종로구 티오엠 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로빈은 재난 이후 우주 벙커에 머무는 아버지와 사춘기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방사능을 피해 지구를 떠났다는 SF적 장치를 활용하고 있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 가족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지탱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영상 기술과 서정적인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무대는 젊은 관객층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명절이 가족 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 되듯 작품 역시 갈등에서 출발해 이해와 화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아 연휴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감동적인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긴긴밤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다. 멸종 위기 동물인 흰바위코뿔소와 어린 펭귄의 여정을 통해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하는 대신 차분한 서사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깊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부모와 자녀가 공연을 본 뒤 생명의 소중함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명절 시즌 최고의 교육적인 선택지로 꼽힌다.이미 대중성과 작품성을 검증받은 대형 웰메이드 작품들도 설 연휴 내내 관객을 맞이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전설적인 원작을 무대 위로 옮긴 뮤지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아날로그식 연출의 극치를 보여준다. 일본과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를 휩쓴 오리지널 투어팀이 서울에 상륙해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800만 신들이 피로를 씻어내는 신비로운 온천장과 마녀 유바바의 세계에 던져진 소녀 치히로의 모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들의 동심까지 자극한다. 모든 무대 장치를 디지털 기술이 아닌 수작업과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현해 지브리 특유의 감성을 생생하게 살려냈다.화려한 시각적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마곡동 LG아트센터와 한남동 블루스퀘어를 찾아가면 된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비틀쥬스는 지옥에서 쫓겨난 유령 비틀쥬스가 엄마를 잃은 소녀 리디아와 얽히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무대 연출이 압권이다. 한남동에서 펼쳐지는 물랑루즈! 역시 1980년대 파리 몽마르뜨르의 캬바레를 배경으로 한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화려한 팝 음악과 춤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두 작품 모두 영화를 원작으로 하여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뮤지컬만이 줄 수 있는 생동감을 극대화했다.설 명절의 정취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무대는 역시 전통 예술이다. 국립무용단은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026 축제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의 대표적인 명절 레퍼토리로 한 해의 세시풍속을 춤으로 풀어낸다. 정월대보름의 강강술래부터 한식의 살풀이춤, 단오의 군자지무, 추석의 보듬고, 그리고 동지의 고무악까지 우리 삶의 시간표를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특정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는 전통 춤의 미학과 공동체적 정서를 집약해 보여준다. 장단이 고조될수록 무대를 채우는 군무의 에너지는 명절의 흥겨움을 더하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설 당일인 17일에는 특별한 국악 잔치가 열린다.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마련한 설 마중 가세는 국악의 모든 정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다. 정악단의 우아한 궁중음악 수제천을 시작으로 민속악단의 흥겨운 비나리와 민요 연곡, 무용단의 화려한 부채춤과 판굿, 그리고 창극단의 단막 창극까지 구성되어 새해의 기운을 북돋운다. 국악원은 공연 당일 야외 마당에서 제기차기, 투호 등 다양한 전통놀이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공연 관람과 체험이 결합한 이 행사는 명절 특유의 공동체적 분위기를 공연장 안팎으로 확장하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최고의 명절 나들이 기회를 제공한다.이번 설 연휴는 각양각색의 공연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문화 명절이 될 전망이다.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는 발걸음은 갈등을 씻어내고 서로를 이해하는 따뜻한 화해의 장이 될 것이다. 긴 연휴 기간 동안 도심 속 공연장에서 예술의 향기에 듬뿍 젖어보는 것은 새해를 시작하는 가장 활기찬 방법이 될 수 있다. 각 공연의 예매 상황과 시간표는 기상 상황이나 현장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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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5일간의 특별한 혜택, 고궁 나들이 어때요?

민족 대명절 설을 맞아 고궁과 왕릉 등 주요 문화유적지가 문을 활짝 열고 관람객을 맞는다. 박물관과 미술관 역시 다채로운 전통문화 체험 행사를 마련해 연휴 기간 풍성한 즐길 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국가유산청의 발표에 따르면, 설 연휴가 시작되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이 휴무일 없이 전면 무료 개방된다. 평소 예약 후 정해진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었던 종묘 역시 이 기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특히 경복궁에서는 복을 기원하는 새해 그림인 '세화(歲畵)'를 받아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마련된다.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흥례문 광장에서 서울시 무형유산 민화장 정귀자 보유자가 그린 '십이지신 붉은 말 수문장' 그림을 하루 2,000장씩 방문객에게 증정한다.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2026 설맞이 한마당'을 개최한다. 이곳에서는 윷을 던져 한 해의 운세를 점쳐보는 윷점 보기, 복주머니와 세뱃돈 봉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제기차기, 팽이치기 같은 전통 민속놀이도 즐길 수 있다.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관 역시 설 연휴 동안 무료로 관람객을 맞이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은 봄의 정취를 미리 느낄 수 있는 매화 분재 특별 전시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나주, 대구, 부여 등 전국의 지역 국립박물관에서도 민속놀이 체험 등 지역 특색을 살린 행사가 열린다.다만, 설 당일에는 일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휴관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번 설 연휴에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 가까운 문화유산 현장을 찾아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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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선 사랑..연극 '사의 찬미'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덧입힌 창작물은 언제나 대중의 뜨거운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미스터리한 최후를 맞이하며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인물들의 이야기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매력을 뿜어낸다. 1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연극 사의 찬미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공략하며 관객들의 감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천재 극작가 김우진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다룬 이 작품은 단순한 재연을 넘어 시대의 아픔과 예술가의 고뇌를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두 사람이 1926년 8월 일본 하쿠산마루호에서 함께 바다에 몸을 던져 최후를 맞이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사실 두 사람이 실제 연인 관계였음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우진이 유부남이었다는 사실과 당시 두 사람이 처했던 암울한 상황은 대중들로 하여금 이들이 삶을 비관해 동반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소문을 낳게 했다. 여기에 윤심덕이 남긴 대표곡 사의 찬미가 죽음을 찬미하는 듯한 비장한 가사를 담고 있어 이러한 전설 같은 이야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이번 연극은 단순히 자극적인 로맨스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작품은 두 사람의 사랑을 중심축으로 삼으면서도 시대의 억압 아래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조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극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묵직한 호흡으로 이어진다. 무대 위 배우들은 감정을 과하게 쏟아내기보다 절제된 표현을 통해 캐릭터의 설득력을 쌓아 올린다. 덕분에 관객들은 자극적인 설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내면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는 배우 서예지의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약 4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서예지는 자신의 첫 연극 도전작으로 사의 찬미를 선택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독보적인 분위기를 뽐냈던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특유의 세심한 감정 표현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관객들을 압도했다.서예지가 연기하는 윤심덕은 다채로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사랑을 당당하게 고백하는 풋풋한 여학생의 모습부터 차가운 현실 벽 앞에서 자유를 갈망하며 좌절하는 예술가의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해냈다. 특히 여성 예술가를 향한 당시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와 세상의 편견에 괴로워하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그가 무대 연기에 완벽히 녹아들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그의 절규 섞인 연기는 무대를 꽉 채우며 복귀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이번 작품의 또 다른 묘미는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이 등장한다는 설정이다. 실제 역사 속에서 윤심덕과 나혜석이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연극은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해 나혜석이 프랑스 센강에 몸을 던지려던 찰나 윤심덕이 그를 구해내는 장면을 그려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시대를 앞서갔던 두 여성 예술가가 짧게나마 우정을 나누고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는 장면은 로맨스 그 이상의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제한된 시대적 환경 속에서 참된 자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두 여성이 나누는 교감은 현대의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무대 연출과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무대는 영상을 영리하게 활용하여 조선과 일본 그리고 프랑스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었다. 특히 두 주인공이 결말을 맞이하는 바다 위의 장면은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 영상을 통해 비극적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구현되었다. 여기에 피아니스트가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는 라이브 선율은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때로는 거센 풍랑처럼 격렬하게 때로는 잔잔한 물결처럼 섬세하게 관객들의 귀를 파고든다.극 중 참을 위해 살리라는 대사는 작품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이는 결국 나다운 삶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과 억압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윤심덕과 김우진의 로맨스가 비록 허구일지라도 그들이 예술가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서 견지했던 신념과 고뇌는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 된다.사의 찬미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려 했던 두 영혼의 기록이다. 서예지의 밀도 높은 연기와 역사적 실존 인물들의 우정이 빚어낸 이 작품은 올여름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들의 뜨거웠던 삶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이번 무대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