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이 바다에 둥둥…4000명 묵는 크루즈의 정체?
길이 290m가 넘는 초대형 크루즈선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촌으로 활용된다. 객실만 1500개가 넘는 이 배에는 대회 기간 아시아 각국 선수단 약 4000명이 머물 예정이다.일본 나고야항에는 지난 15일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입항했다. 이 배는 다음 달 6일까지 나고야항에 정박하며 아시안게임 메인 선수촌 역할을 맡는다.
코스타 세레나호에는 한국 선수단도 입촌한다. 양궁, 탁구, 유도, 레슬링 등 18개 종목 선수들이 이 해상 선수촌에서 생활하며 경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코스타 세레나는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가 2007년 건조한 대형 크루즈선이다. 길이는 290.2m, 폭은 35.5m에 달한다. 높이는 약 60m로 20층짜리 아파트와 비슷하다.
선체 길이만 놓고 보면 서울 여의도 63빌딩 높이인 249m보다 길다. 거대한 건물을 옆으로 눕혀 바다 위에 띄운 듯한 규모다. 최고 속도는 23노트, 시속 약 43㎞ 수준이다.
배 내부는 단순한 숙소라기보다 하나의 대형 복합시설에 가깝다. 객실은 총 1502개이며, 이는 서울 소공동 더그랜드롯데 서울의 객실 수 868개에 비해 훨씬 많다.
일반 객실은 약 13~20㎡ 규모로 침대와 샤워실, TV, 냉난방 시설 등을 갖췄다. 스위트 객실은 약 40㎡ 수준이다. 선수들은 일반 호텔과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
편의시설도 다양하다. 배 안에는 식당 8곳이 마련돼 있으며, 공연을 볼 수 있는 대형 극장과 상점, 휴게 공간도 갖춰져 있다. 수영장과 자쿠지만 모두 7곳에 이른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코스타 세레나호가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최대 489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선수단 4000명이 머무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악천후에 대비한 계획도 마련됐다. 태풍 등 기상 상황이 나빠질 경우 배를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준비돼 있다.
이번 크루즈 선수촌 운영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조직위원회는 코스타 세레나호를 22일간 빌리는 데 44억8000만엔, 우리 돈 약 39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규모 국제 대회를 위해 선수촌 아파트나 숙박시설을 새로 짓는 비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회 이후 활용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신축 선수촌과 달리, 크루즈는 임차 기간이 끝나면 본래 용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코스타 세레나호 외에도 조립식 간이 컨테이너 선수촌이 운영된다. 약 200동 규모의 컨테이너 시설에는 선수단 약 2000명이 머물 예정이다. 또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일대 기존 숙박시설에는 약 9000명이 분산 수용된다.

크루즈선을 국제 종합대회의 공식 선수촌으로 활용해 여러 종목 선수 수천 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시도다. 과거에도 크루즈가 대회 기간 선수 숙소로 쓰인 사례는 있었지만, 대부분 특정 팀이나 단일 종목을 위한 제한적 활용이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미국 농구 대표팀이 별도의 호화 크루즈를 숙소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본부와 멀리 떨어진 타히티에서 열린 서핑 종목을 위해 선박 숙소가 활용됐다.
하지만 이번처럼 종합 국제대회에서 공식 선수촌의 핵심 시설로 대형 크루즈를 도입해 다수 종목 선수단을 수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코스타 세레나호는 일반 여행객에게도 익숙한 크루즈선이다. 부산항 등에서 출발하는 전세 크루즈로 여러 차례 운항한 적이 있어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운항 당시에는 김치, 미역국, 된장찌개, 잡채 등 한식 메뉴와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코스타 세레나호는 다시 일반 크루즈 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 달 18일에는 도쿄를 출발해 대만과 홍콩, 동남아시아, 호주, 남태평양을 거쳐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향하는 65박 일정이 예정돼 있다.

해당 장거리 크루즈 상품은 객실 등급에 따라 1인당 9000달러에서 1만5000달러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우리 돈으로는 약 1230만원에서 2050만원 정도다.
바다 위 호텔을 통째로 선수촌으로 쓰는 이번 시도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의 숙박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장 주변에 대규모 숙소를 새로 짓는 대신 기존 크루즈 인프라를 활용하면 비용과 사후 활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천 명의 선수가 한정된 선박 공간에서 생활하는 만큼 동선 관리, 식사 운영, 보안, 감염병 대응, 기상 변수 등은 세밀한 운영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코스타 세레나호가 ‘바다 위 선수촌’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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