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덮친 욱일기, 일본 '전범기 응원' 논란
일본 축구 대표팀이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튀니지를 4대 0으로 완파하며 아시아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카마다 다이치의 선제골과 우에다 아야세의 멀티골 등을 앞세운 일본은 아시아 연맹 소속 국가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4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등장한 욱일기 응원이 전 세계적인 공분을 사며 승리의 빛을 바래게 하고 있다.이날 경기장 관중석 곳곳에서는 전범기로 분류되는 욱일기를 펼쳐 든 일본 팬들이 다수 포착됐다. 일부 관중은 얼굴에 욱일기 문양을 그려 넣은 페이스 페인팅을 한 채 응원에 나섰으며, 대형 욱일기를 흔들며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와 현지 취재진의 렌즈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동안 일본 관중들은 경기 후 쓰레기를 줍는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찬사를 받아왔으나, 이번 전범기 사용으로 인해 그간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욱일기 논란은 개최지인 멕시코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 거리 응원에서도 재현됐다. 일본 대표팀의 대승이 확정되자 일본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 팬들은 욱일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환호했다. 욱일기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시절 군기로 사용되었던 문양으로,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전쟁 범죄와 침략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화합을 강조하는 월드컵 무대에서 특정 국가의 침략 역사를 상징하는 깃발이 공공연하게 등장한 것은 국제 축구 연맹(FIFA)의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비롯한 역사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 교수는 일본 팬들의 이러한 행위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행위이며,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국제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FIFA가 정치적 메시지 전달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 대회마다 반복되는 일본의 욱일기 응원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록적인 승리를 거두고도 응원 도구 하나로 인해 국가적 망신을 사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극우 세력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욱일기를 단순한 디자인이나 전통 문양으로 치부하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인식의 괴리가 결국 국제 무대에서 반복되는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으며, 일본 축구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응원 문화에 대한 국제적 잣대는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FIFA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경기장 내 정치적 상징물 반입은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본 축구 협회에도 관리 책임에 대한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초의 4득점 기록이라는 영광스러운 순간이 욱일기라는 부끄러운 얼룩에 가려지면서, 일본 축구계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응원 문화 개선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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