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면 강간 아냐” 한마디에 뒤집힌 코넬대 성폭행 의혹
미국 명문 코넬대에서 제기된 집단 성폭행 의혹이 재수사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공화당 여성 하원의원의 소셜미디어 발언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건을 둘러싼 사실관계가 아직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 인사의 단정적인 표현이 성폭력 피해자 인식 논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뉴욕포스트와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낸시 메이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8일 엑스에 “누구에게 필요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합의된 집단 성관계는 강간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메이스 의원은 특정 사건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과 온라인에서는 이 발언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른바 ‘코넬 7’ 사건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코넬 7’ 사건은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코넬대 전 여학생이 지난해 10월 학내 남학생 사교클럽 회원 7명에게 약물 사용이 동반된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 여성은 지난달 해당 남성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초기 형사 절차에서는 지방검찰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다만 코넬대는 자체 조사를 거쳐 학생 2명을 퇴학 처리했고, 나머지에게도 정학 등 징계를 내렸다. 문제의 사교클럽은 이후 문을 닫았다.
사건이 다시 주목받은 계기는 추가 자료 공개였다. 특히 사건 이틀 뒤 피해 주장 여성이 자신을 초대한 남성과 나눈 스냅챗 메시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당 메시지에서 여성은 당시 일부 성적 행위가 불법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 2주 뒤에는 당시 일의 대부분이 합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이후 경찰 신고로 이어졌다.
피해자 측은 이러한 진술 변화가 성폭력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혼란과 트라우마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대학 내부 조사 자료에도 여성이 사건 이후 수치심과 혼란을 겪었고, 시간이 지나며 자신이 당한 일을 성폭력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주는 최근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주 검찰총장이 특별검사로 임명되면서 초기 수사가 충분했는지, 당시 정황과 메시지, 진술 변화가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메이스 의원의 발언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 역시 과거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의회 연설에서 전 약혼자와 지인들이 자신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 약혼자는 이를 허위 주장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대학 사건을 넘어 미국 사회의 오래된 쟁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성적 동의의 범위, 약물 사용이 개입된 상황의 판단, 피해 인식의 지연 가능성, 그리고 정치인의 공개 발언 책임까지 맞물리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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