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끊긴 쿠바, 관공서 주4일제…에너지 대란 현실로
러시아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극심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오랜 동맹 쿠바를 돕기 위해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크렘린궁은 쿠바가 겪는 어려움의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의 '질식 전술'에 있다고 규정하며, 양국 간의 외교적 긴장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이번 사태의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시작한 강력한 에너지 봉쇄 조치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쿠바로 공급되는 길을 차단했다. 나아가 쿠바와 석유를 거래하는 제3국 선박에까지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쿠바의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미국의 봉쇄 조치로 쿠바의 사회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들었다. 연료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서 정부는 비상 조치에 돌입, 항공기 급유를 중단하고 관공서 운영을 주 4일로 단축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는 사실상의 연료 배급제를 시행하는 등 국가 전체가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쿠바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쿠바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의 일방적인 압박 정책이 쿠바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미국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쿠바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러시아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쿠바를 지원하기 위한 모든 가능한 원조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쿠바 러시아 대사 역시 러시아가 수년간 쿠바에 석유를 공급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러시아의 실질적인 개입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러시아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히 오랜 우방을 돕는 차원을 넘어, 미국의 대외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지정학적 계산이 깔린 행보다. 미국의 압박으로 위기에 처한 쿠바에 손을 내밀면서, 러시아는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한편, 냉전 시절부터 이어진 양국의 특수 관계를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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