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130억 미회수 놓고 '고객 일대일 설득 중'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초유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수습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끝내 돌아오지 않은 거액의 자산을 두고 거대한 법적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전체 오지급 물량 중 상당 부분은 회수되었지만,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약 13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의 치열한 소송전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미회수분 중 약 30억 원은 이미 이용자들에 의해 타 계좌로 인출되거나 현금화된 것으로 알려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현재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고 버티는 고객들과 개별적인 접촉을 이어가며 회수 절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래소 측은 자발적인 반환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피해 보상안과 회수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끝내 반환 요청을 거부하는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강경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와 맞물려 민형사상 복합적인 쟁점을 낳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민사상으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 가장 유력한 대항 수단으로 꼽힌다. 우리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거래소의 전산 오류라는 명백한 원인 미비로 인해 비트코인이 입금된 것이므로, 이를 받은 이용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논리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번 사고가 이벤트 진행 중에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단순한 경품 당첨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통상적인 이벤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십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입금된 것을 정상적인 경품으로 인지했다는 주장은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 역시 이용자가 이를 비정상적인 입금으로 인지했을 가능성을 높게 판단해 반환 의무를 인정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큰 논란은 형사처벌 가능성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인 은행 업무 중 발생하는 착오 송금의 경우, 예금주가 이를 마음대로 인출해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빗썸이 사고 직후 110% 보상안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이용자 보호 조치를 다했다는 명분을 쌓아 향후 법적 공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오입금 사건에 대해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가상자산이 법정화폐와 동일한 규제 대상이 아니며, 국가가 형법을 동원해 가상자산을 법정화폐와 똑같은 수준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즉, 남의 계좌에 잘못 들어온 비트코인을 홀랑 써버려도 민사상 돈을 물어내야 할지언정 감옥에 보내는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가상자산 시장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변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1억 원을 훌쩍 넘겼고, 주요 선진국들이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자산으로 인정하며 ETF 승인과 지급 결제 수단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법부 역시 과거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가 이토록 명확해진 상황에서 과거의 판례를 고수하는 것은 산업계 전반에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만약 이번 빗썸 사태에서 사법부가 가상자산 오지급분을 임의로 소비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이는 거래소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것은 물론 가상자산 시장의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이번 130억 원 규모의 미회수 비트코인을 둘러싼 소송은 단순한 기업과 개인의 싸움을 넘어, 대한민국 사법부가 가상자산을 실질적인 자산으로 인정하고 보호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시험하는 중대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뼈아픈 실수와 이용자의 위험한 욕망이 뒤섞인 이번 사건이 어떤 법적 결론을 맺게 될지 전국 수백만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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