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가 마침내 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월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3.07% 급등한 489.8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491.50달러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7일에 기록했던 종가 기준 최고치(479.86달러)를 약 1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이날의 폭등으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조 6,293억 달러까지 불어났고,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의 뒤를 이어 전체 7위로 올라서며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을 가볍게 제쳤다.

 

올해 초만 해도 테슬라의 미래는 안갯속이었다. 연초 379달러 선까지 주저앉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부효율부(DOGE)'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소비자들의 거센 반감을 사면서 대규모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미 경제매체 CNBC가 "테슬라 투자자들에게 특히 힘든 한 해로 시작된 2025년"이라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 지난 11일 446달러 선에 머물던 주가는 3거래일 연속 3% 안팎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초의 부진을 모두 만회하고 연중 21% 상승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가 급등세는 테슬라의 현재 전기차 판매 실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3분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막차를 타기 위해 몰리면서 판매량이 반짝 반등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다. 정작 4분기부터는 세액공제 폐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11월 테슬라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4년 만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주요 기술주들이 약세나 박스권 장세에 갇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판매 실적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무엇을 보고 테슬라에 열광하는 것일까. 시장은 그 답을 '미래 기술'에서 찾고 있다. 당장의 전기차 판매량을 넘어, 테슬라가 그리고 있는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 그리고 '로보택시(무인택시)' 사업의 확장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월가의 평가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미즈호 증권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선이 텍사스 오스틴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확대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며,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475달러에서 53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결국 현재의 주가 폭등은 테슬라가 더 이상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와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기술 기업이라는 시장의 강력한 믿음이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