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비 따로 시술 따로…미용실 '기만 광고' 법적 책임은?
미용실 예약 화면에서 '원장'이나 '부원장' 등 상위 직급자를 선택할 때 붙는 수만 원의 추가 요금은 이제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숙련된 기술자의 손길을 기대하며 기꺼이 웃돈을 지불하지만, 정작 미용 의자에 앉은 고객이 마주하는 현실은 기대와 사뭇 다르다. 고가의 지정비를 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술의 핵심 공정 대부분을 보조 스태프가 전담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최근 한 유명 미용실을 찾은 고객은 원장 지명비와 기장 추가금을 포함해 3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했으나, 정작 원장의 손길이 닿은 시간은 전체 시술 시간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파마 약제를 바르고 로드를 감는 결정적인 과정은 모두 보조 인력이 수행했고, 원장은 간간이 지시를 내리는 감독관 역할에 그쳤다. 소비자들은 숙련된 전문가의 기술력을 구매한 것이지, 그의 감독 아래 이루어지는 실습생의 시술을 원한 것이 아니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러한 갈등의 이면에는 가파르게 치솟은 미용 물가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미용 서비스 물가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웃돌며 서민들의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지만, 업계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분업화를 통한 회전율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미용실 측은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위해 분업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미용사를 지정해 추가금을 냈음에도 핵심 시술을 보조 인력이 전담했다면, 이는 민법상 계약된 서비스를 온전히 제공하지 않은 '불완전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 소비자가 기대한 전문가의 직접 시술이라는 계약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정당화하기에는 법적 책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온라인 예약 플랫폼에 직급별 가격을 명시하는 행위는 일종의 광고인데, 실제 시술 범위나 보조 인력의 참여 비중을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기만적 광고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요금을 받는 직급자가 직접 시술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예약 단계에서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가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용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가격 체계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 직급에 따른 비용 차이를 정당화하려면 그에 걸맞은 직접 시술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시스템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이름값에 지불하는 비용이 보조 인력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미용 서비스의 질적 성장이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 대리 시술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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