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는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직권조사 개시를 공식 통보하고, 다음 달 14일까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직권조사는 지난 10일, 특검 조사를 받은 양평군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따른 것이다. A씨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특검 수사관들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압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피해자의 진정 없이도 중대한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인권위법 제30조에 따른 것으로,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이번 인권위의 직권조사는 특검의 수사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권위는 조사 대상을 특검 수사팀으로 한정했지만, 책임자인 특검 역시 필요하다면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일부 수사관의 일탈 행위로 보지 않고, 특검의 지휘·감독 책임을 포함한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권위는 특검 측과 자료 제출 방식 및 일정을 조율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A씨가 남긴 메모의 내용과 특검의 실제 수사 기록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수사 행태가 있었는지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인권위는 구제 조치, 정책 권고, 고발 및 수사 의뢰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인권위의 직권조사 착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내심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이번 인권위의 결정이 특검 수사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특검 무력화 시도’라는 비판과 맞물려, 인권위의 이번 직권조사가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라는 본류는 뒷전으로 밀리고, 특검의 강압 수사 여부만이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는 향후 특검 수사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만약 특검의 강압 수사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특검은 도덕성과 정당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며, 이는 곧 특검 해체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특검의 결백이 입증된다면, 특검은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김건희 여사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권위의 ‘칼끝’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김건희 특검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한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시작된 이번 논란이 과연 특검의 ‘인권 침해’ 수사로 귀결될지, 아니면 ‘특검 흔들기’라는 정치 공방으로 번질지,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