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온라인 업무보고가 이어지면서 세종 관가에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장관뿐 아니라 실·국장급 간부들에게까지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즉문즉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보고를 진행하면서, 부처 내부에서는 "국정감사보다 훨씬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오는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지식재산처와 함께 합동 업무보고를 앞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완전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중기부가 느끼는 압박감의 핵심은 '생중계'와 '실무진 직접 답변'이다. 국정감사는 주로 장관이나 차관이 정치적 질의에 대응하지만, 대통령 업무보고는 정책의 민낯을 드러내야 하는 실·국장급 간부들이 현장에서 직접 질문을 받고 답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기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현장 긴장도가 훨씬 높다"며 "지난주부터 실무자들까지 통계 자료를 숙지하고 숫자를 외우다시피 준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부담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식량국장이 대통령의 질의에 유전자변형 통계 등 구체적인 숫자를 '인공지능처럼' 정확하게 제시해 대통령실로부터 "전문성으로 국민 신뢰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은 사례와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답변을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이 생긴 셈이다.

 

이에 중기부는 정책실과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예상 질문과 답변 시나리오를 총괄하며 데이터 기반 답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을 정성적 표현이 아닌 수치로 설명하기 위해 각 국장들이 주요 통계와 수치를 직접 숙지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 역시 지난 15일 외부 일정을 모두 비우고 보고 대비에 집중했으며, 산하기관들에게 "현장에서 바로 설명할 수 있는 정책 언어"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업무보고의 핵심은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플랫폼 공정화,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 등과의 정책 정합성 및 실효성 입증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형식보다 국민 체감' 기조에 따라, 단순 예산 집행 규모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이 가능한 변화를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이번 업무보고를 두고 "정책 발표의 장이 아니라 정책 검증의 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대통령 스타일이 어떤 질문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용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상하고 있다"며 "업무보고 준비가 모든 일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동시에 정책을 데이터로 설명하는 관료 문화를 정착시키는 순기능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